[서울 ‘속살’ 엿보기] (14)청담동 | ||||
와인과 재즈가 있는 화랑·명품가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은 서쪽으로는 압구정동ㆍ논현동, 남쪽으로는 삼성동과 접해있다. 현재의 105번지 일대에 맑은 못이 있었고 134번지 주변 한강변의 물이 맑아 ‘청숫골’이라 한 데서 ‘청담동’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특히 갤러리아 명품관과 학동사거리, 청담사거리를 꼭지점으로 하는 부채꼴 모양의 거리를 ‘여피 거리’라고 한다. ‘여피(Yuppie)’란 ‘도시에 사는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말한다. 여피 거리는 압구정동과 인접해 있는데 1990년대 초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한 소위 ‘오렌지 문화’가 청담동 문화 즉 ‘여피 문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대에는 청바지, 장발, 통기타로 대변되던 젊은이 문화가 있었듯이 1990년대 초 압구정동에서는 헤이즐넛 커피, 외제 병맥주, 양담배로 대변되는 소비 문화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당시 압구정동을 누비던 ‘오렌지족’들이 지금 유학과 취업을 통해 30대 이상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되었다. 그래서 자신들이 주무대로 삼았던 압구정동을 새로운 10ㆍ20대들에 내주고 압구정동 동쪽으로 이동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청담동 여피들은 이제 에스프레소 커피, 와인, 재즈를 소비하고 있다. 이곳에 고급 카페와 퓨전 레스토랑이 본격 등장한 것은 대략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본다. 물론 그전에도 좋은 곳이 적지 않았지만…. 케이블TV 음악채널 m.net방송국 뒤에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 ‘카페 드 플로라’와 ‘하루에’가 자리잡은 것을 계기로 이후 일반주택을 개조해 만든 카페와 음식점이 하나둘씩 늘어나 지금은 100곳에 육박한다. 강북처럼 오랜 세월 ‘전통’을 지키기보다는 트렌드에 민감해 쉽게 지어졌다가 쉽게 허물어지는 것이 흠이지만 강남 나름대로의 ‘멋’을 형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청담동 문화를 대표하는 카페는 역시 ‘원스 인 어 블루문’이다. ‘원스 인 어 블루문’은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일’을 가리키는 말. 이곳에서는 살아있는 재즈와 와인이 조화를 이룬다. 연주자 명단에는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여성보컬 정말로ㆍ웅산 등이 속해있다. 연세대 건축학과 출신의 임재홍씨가 1998년 4월 문을 열었다. 2002년 청담동 카페 최대의 화두가 ‘와인’이었기에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속속 늘고 있다. ‘Sah’는 서울옥션이 운영하는 와인바다. 미술관이 함께 있으며 미술품ㆍ보석 경매와 함께 1년에 4번 정도 와인 경매를 연다. ‘그랑크루’는 압구정동에 있다가 청담동으로 왔다. 100여가지 와인리스트를 구비한 이곳의 김연광 사장은 은행지점장을 지냈는데 와인에 빠져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와인 공부를 했다.
만남의 장소로 가장 잘 활용되는 카페는 ‘고센’이다. 10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센’은 내부수리를 해서 2001년 4월 재오픈했다. 새벽 6시까지 영업을 하기에 특히 심야 만남의 장소로 유명하다. ‘고센’ 만큼이나 유명한 청담동 카페는 바로 ‘지직스’. ‘지직스’는 미국 LA에서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도중에 있는 거리 이름. 이곳에서는 혼성 바텐더 4인이 경쾌한 음악에 맞춰 ‘칵테일 쇼’를 보여준다. 지직스는 한동안 소위 ‘물’ 좋기로 소문나기도 했다. 카페 건물 자체가 멋진 곳으로는 ‘해나 디저트 하우스’와 ‘보바월드’를 꼽을 수 있다. ‘해나 디저트 하우스’는 일반주택을 개조해서 잘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을 지녔으나 디저트 맛은 이름값을 못하는 편이다. ‘보바월드’는 전원주택처럼 시원하게 지은 그야말로 그림 같은 카페이다. 타이완어로 ‘여성의 유두’를 뜻하는 ‘보바’를 넣은 음료가 인상적이다. ●퓨전 레스토랑 밀집 청담동에는 카페가 주류일 것 같지만 맛집을 찾아보면 어느 동네보다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곳의 맛집 붐은 1990년대 중반 퓨전 레스토랑이 일으켰다. 따라서 카페의 핵심이 ‘와인’이라면 레스토랑의 핵심은 ‘퓨전’, 1세대 트로이카는 ‘시안’ ‘궁’ ‘와사비 비스트로’.
퓨전 중식으로는 ‘마리’ ‘빠진’ ‘온 더 락’ ‘차이나문’이 정상을 달리고 있다. ‘마리’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차이니스 레스토랑으로 겨울에는 ‘사천식 굴탕면’이 일품이다. ‘빠진’의 메뉴는 전반적으로 중국 음식에 무게 중심을 두고 이탈리아 음식의 장점을 섞었다. ‘온 더 락’은 베이징, 쓰촨, 광둥 등 중국 각 지역의 독특함을 살린 다양한 맛을 선보이려 한다. ‘차이나문’은 2002년 문을 연곳으로 올리브유와 누에고치를 사용함으로써 ‘건강식’에 포인트를 두었다. ‘연경’은 퓨전 중식이 아닌 정통 중식을 내세운다. 연경은 중국 수도인 베이징의 옛 이름으로 레스토랑 입구에 장식되어 있는 연꽃모양의 조명등이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격이 비싸고 분위기가 조금 딱딱한 것이 흠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중국집으로는 ‘동천홍’이 있다. 청담동의 한식 역시 퓨전 스타일이 지배적이다. 퓨전 한정식의 정점에는 ‘쉐봉’이 있다. ‘쉐봉’에서는 한국적인 재료에 이국적인 소스를 더하거나 서양 재료에 한국식 양념을 곁들인다. 생고기 퓨전 음식점이라는 ‘규합총서’는 봉화일대의 소백산에서 사육한 한우만을 사용한다. 정통 고기구이집으로는 ‘박대감’ ‘무등산’ ‘무궁화’ ‘새벽집’이 있다. ‘무궁화’는 주인이 무궁화 꽃을 좋아해서 지은 이름. 고기는 매일 전라도 함평, 화순, 나주 등지에서 한우를 직송한다. 영화배우 박중훈이 단골손님. ‘새벽집’은 양구이가 일품으로 가수 조영남이 자주 찾는다. 이들 구이집의 또다른 특징은 24시간 영업을 한다는 것. 파스타 요리는 전통적으로 강세. ‘라 볼파이아’ ‘일 피오레’ ‘안나비니’가 자존심을 유지하고 있다. ‘라 볼파이아’는 ‘여우골’이라는 뜻으로 질기면서 세련된 파스타를 제공한다. 흠이라면 피클을 사먹어야 한다는 것. ‘일 피오레’는 꽃이라는 뜻으로 피자 요리가 강하고 ‘안나비니’는 정원이 아름답다. 정통 프랑스 레스토랑으로는 ‘팔레 드 고몽’과 ‘타스트방’이 있다. ‘고몽의 성’이라는 뜻을 지닌 ‘팔레 드 고몽’은 프랑스 영화의 자존심인 고몽 영화사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타스트방’은 와인을 시음할 때 쓰던 금속 잔. 나폴레옹 제과점 2층에서도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다. 1층은 베이커리이고 2층이 레스토랑이라 빵맛도 최상급이다. 이외에도 인도 음식점 ‘강가’ ‘아나르칼리’ 쿠바 음식점 ‘쿠바 쿠진’ 베트남 음식점 ‘빌라 드 하노이’ 등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텐트 바’로 불리는 포장마차도 각광 청담동의 술집은 포장마차부터 일본식 선술집, 테크노 가라오케까지 다양하다. 요즘 화두는 ‘텐트바’ 즉 ‘포장마차’이다. ‘패밀리’와 ‘노는 아이’의 경우 낮에는 세차장, 밤에는 포장마차로 운영되는데 오픈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연예인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2002년 여름에는 월드컵 중계로 전성기를 누렸다. 실내포장마차 ‘주주클럽’역시 인기가 높고 전유성ㆍ진미령 부부가 운영하는 ‘삐리삐리’도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기타로 된 상호를 가진 ‘하드록 카페’와 테크노 가라오케 ‘한’은 세련된 공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개그맨 정준하가 운영하는 ‘한’의 경우 이휘재, 유재석 등 연예인 친구들이 자주 찾는다. 청담동 카페, 레스토랑, 술집에서 연예인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세련되고 개인적인 분위기도 한몫 하지만 그들의 회사 근처라는 것도 큰 요인이다. 청담동에 둥지를 틀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사로는 SM엔터테인먼트, JYP, MP프로덕션, 스타제이엔터테인먼트, 태원엔터테인먼트, 메이필름 등이 있다. 노란색 건물로 된 SM엔터테인먼트에는 강타, 문희준, 신화 등이 소속되어 있어 항상 학생들로 붐빈다. 밴에서 누가 내리기만 해도 진을 치고 있는 학생들의 발걸음은 분주해진다. JYP는 박진영이 이끄는 프로덕션으로 박지윤, 비, 별 등이 소속되어 있다. MP프로덕션에는 장동건, 고소영, 신현준, 김유미, 신애 등이 소속되어 있고 스타제이엔터테인먼트에는 이나영, 양동근, 한채영 등이 포진해있다. 태원엔터테인먼트(대표 정태원)와 메이필름(대표 이미경)은 영화제작사. 태원은 ‘가문의 영광’으로 2002년 최고흥행을 기록했고 탤런트 이미숙의 언니 이미경씨가 이끄는 메이필름은 2002년 최대 화제작 중 하나인 ‘죽어도 좋아’를 제작했다. 엔터테인먼트사가 많다보니 ‘정샘물’ ‘이경민’ ‘김청경’ 등 브랜드화된 미용실이 호황이다. 청담동은 레스토랑, 엔터테인먼트 등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미술, 명품과 같은 고급 문화가 공존한다. 강북에 인사동 화랑가가 있다면 강남에는 청담동 화랑가가 있는 것이다. 20여 곳이 포진되어 있다. 박영덕화랑에서는 1월 31일까지 백남준, 황영성, 도윤희 등 7명의 작품을 통해 한국미술을 진단하는 ‘미래로 세계로’전을 열고 있다. 카이스 갤러리에서는 뛰어난 작품을 전시하는 사진전으로 유명해졌다. 이외에도 줄리아나갤러리, 박여숙화랑, 유나화랑, 원화랑, 갤러리 서화 등이 있다. 이들 화랑들은 매년 ‘청담미술제’를 열고 있다. 화랑에 비해 공연장은 발을 들여놓기 힘든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학동사거리에 강남 난타전용극장(대표 송승환)과 유시어터(대표 유인촌)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화랑 이상으로 밀집되어 있는 것은 역시 명품점.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대부분의 수입명품을 쇼핑할 수 있고, 이곳을 기점으로 우리들병원까지 국내외 명품점이 줄을 잇고 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겐조, 프라다, 돌체 앤 가바나, 막스 마라 등 전세계 브랜드들이 들어와 있으며 디자이너의 이름을 내세운 전통 한복점도 증가추세다. 이곳에 위치한 패션하우스 아웃렛에서는 명품들을 할인가격으로 살 수 있고 최근 들어 명품 전당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청담사거리와 우리들병원 사이에는 탤런트 윤다훈이 운영하는 중국집 ‘리안’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연예인들의 사적인 모임이 자주 열린다. 최진실도 이곳에서 돌잔치를 했고 김민종, 이태란 등 윤다훈과 가까운 연예인들이 자주 모인다. 이처럼 멋과 맛의 공간이 된 청담동이지만 너무 소비 위주로 흐른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7년째 청담동에 살고 있는 연극배우 윤석화씨는 “카페와 레스토랑은 즐비하지만 서점과 문구점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음식점도 분위기보다 맛, 가격, 서비스 등 내실을 먼저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담동에서 20년째 살고 있다는 백모씨는 “레스토랑이나 상점에 가면 타고온 차종에 따라 ‘발레 파킹’을 해주는 종업원의 태도가 달라짐을 느낀다”면서 “집앞 카페에 커피 한 잔 마시러 가도 6000원 이상인 경우가 많아 가격면에서도 크게 부담된다”고 말했다. (서일호 주간조선 기자 ihseo@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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